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 필요할때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말과 감정을 주고받는다. 그런 날은 퇴근길도, 집에 가는 지하철도 버겁게 느껴진다. 그럴 때 나는 말이 필요 없는 조용한 공간을 찾는다.
책방, 벤치, 오래된 찻집. 대화 없이도 나를 받아주는 곳들.
이런 조용한 장소들을 연결해서 만드는 ‘회복 루트’는 단순한 공간 나열이 아니다. 나의 에너지를 천천히 되돌려주는 시간의 흐름이다. 예를 들어, 작은 독립 서점에서 한 권의 시집을 고르고, 조용한 골목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읽는다. 그리고 동네 공원의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그냥 가만히 있는다.
그 어떤 생산성도 없는 이 시간이, 내 감정을 재정렬하고, 숨을 고르게 만든다. 사람은 가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조용히 있는 것만으로도 회복된다.
조용한 루트는 마음이 걸아야 완성된다.
중요한 건 ‘어디를 가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머무르느냐’다. 조용한 동네 루트라고 해도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다면 진짜 회복은 어렵다. 나만의 조용한 시간 코스를 걸을 땐 휴대폰은 가방에 넣고, 오감으로 느끼는 연습을 해본다.
걷는 동안 나는 창문 너머 책을 읽는 사람을 본다든지, 골목 모퉁이에 핀 작은 꽃, 카페 유리창 너머 졸고 있는 고양이 등을 마주친다. 이런 평범한 장면들이 내 안의 감정을 정돈시킨다.
때로는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필요 없다. 단지 조용히 그 공간에 머무는 것, 그것만으로도 마음은 가라앉는다.
매달 한 번, 나를 위한 고요한 루틴 만들기
나는 이 조용한 시간 코스를 ‘회복일’이라고 부른다. 매달 하루, 온전히 나에게만 쓰는 조용한 시간. 특정 장소를 정해놓고 루틴처럼 돌기도 하고, 새로 발견한 공간을 탐방하기도 한다. 중요한 건 ‘이 날엔 누구도 만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이렇게 단 하루라도 말이 없는 세상에 머물면, 나의 내면이 조용히 울리는 걸 느낄 수 있다. 고요함은 공허함이 아니다. 고요함은 비워야 채워지는 마음의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