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소비는 다르다: 의무가 아닌 기쁨
한 달에 한 번, 그날만큼은 ‘나만을 위한 소비’를 한다. 이 소비는 평소처럼 물건을 사고 끝나는 지출이 아니다. 오직 내가 진심으로 원하고, 나에게 가치 있다고 느끼는 것에만 돈을 쓰는 날이다. 처음엔 단순히 “이번 달엔 내가 고생했으니 뭐라도 하나 사야지”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이 습관이 정착되면서, 내 소비 기준과 감정 사용 방식에 큰 변화가 생겼다.
우리는 대부분의 소비를 의무적으로 한다. 생필품, 대중교통비, 식비, 업무 관련 비용 등 ‘써야 해서 쓰는 돈’이 대부분이다. 반면 나를 위한 소비는 기쁨이 기준이 되는 소비다. 단순히 욕망을 충족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정서와 취향, 내면의 필요를 돌아보며 행해지는 소비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책을 한 권 사거나, 오래 미뤄왔던 클래식 향수를 사는 일, 혹은 조용한 호텔에서의 하루 같은 소비. 이런 소비는 지갑보다 마음을 먼저 움직이게 만든다.
이 하루를 정해두니, 오히려 무분별한 지출이 줄었다. "어차피 그날에 살 거니까 지금은 참자"는 마인드가 생겼고, 그 하루를 기다리며 더 명확한 소비 이유와 기준이 생겼다. 결과적으로, 이 하루는 ‘지출을 더하는 날’이 아니라 ‘쓸데없는 소비를 걸러주는 날’이 된 것이다.
나만을 위한 하루가 주는 정서적 안정감
한 달에 하루, 나를 위한 소비를 하며 느낀 가장 큰 변화는 정서적 안정감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보상심리 소비’를 한다. 스트레스 받은 날, 속상한 날, 외로운 날. 그때마다 "뭐라도 사야 풀릴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드는 건 지극히 자연스럽지만, 동시에 감정을 충동적인 소비로 덮어버리는 행동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를 위한 소비의 날이 정해지고 나서는, 감정을 더 의식적으로 다루게 되었다. "지금 이 감정은 물건으로 달래야 할까? 아니면 그냥 느껴봐야 할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나를 위한 소비의 날은 감정이 고조되었을 때 충동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평정심 속에서 진짜 내가 원하는 걸 바라보게 만든다.
예를 들어 한 달을 열심히 살고, 미리 생각해둔 장소에 가서 내가 고른 음식을 먹는 순간은 그 자체로 내가 나를 대접하는 의식 같은 시간이다. 이 하루를 경험하며 나는 내 삶의 주인이 되어가는 감각을 느꼈고,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나를 채워주는 법을 배웠다.
결과적으로, 이 하루는 소비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감정을 소비로 대체하지 않고, 소비를 감정의 도구로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 것이다. 나를 위한 하루는 결국 ‘내 감정을 다루는 능력’을 기르게 했다.
지속 가능한 소비 루틴의 시작
한 달에 한 번, 나를 위한 소비를 정해두고 실천하는 일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소비 습관의 기반이 되었다. 우리는 소비를 할 때 "지금 이거 사도 되나?"라는 죄책감을 쉽게 느끼지만, 이 하루를 통해 ‘합리적이고 건강한 지출’은 오히려 나를 성장시킨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하루가 생기기 전에는, 정말 필요한 것을 사면서도 괜한 부담을 느끼거나, 반대로 아무 생각 없이 카드만 긁고 후회하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한 달에 한 번 정해진 ‘나를 위한 소비일’이 생기고 나서는, 소비에도 의미와 질서가 생겼다. 예산을 정해두고, 어떤 소비가 나를 행복하게 만들지 미리 고민하며 계획하게 되었고, 매달 소소한 목표를 갖게 되었다.
예컨대 어떤 달에는 ‘자기계발을 위한 책 2권’이 그 달의 소비였고, 또 다른 달에는 ‘반신욕 용품과 향초’가 나를 위한 선물이었다. 매달 이 하루를 중심으로 작은 기쁨과 만족을 설계하게 된 셈이다. 그리고 이 소비는 더 이상 ‘지출’이 아니라 ‘삶의 질을 위한 투자’로 느껴진다.
한 달에 하루, 나에게 집중하고 내가 진짜 원하는 걸 선택하는 이 루틴은 결국 삶의 방향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북극성 같은 역할을 한다. 단 하루의 소비가,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되묻는 기회가 된 것이다.
